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워런 버핏의 스승으로도 유명한데요. 그레이엄에게는 유명한 제자가 한 명 더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월터 슐로스’입니다.
슐로스는 1954년 그가 30대였을 때, 그레이엄 투자회사에서 20대 청년이던 워런 버핏을 직장 후배로 만났어요. 버핏이 1954년에 이 회사에서 입사했거든요.
1916년에 태어난 슐로스는 버핏(1930년생)보다 14살 많은 선배인데요. 무협영화로 비유하자면,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운 사형과 사제 관계라고나 할까요.
![무협영화 속 협객들의 선후배 관계는 이렇게 깍듯하죠~~ 😁😁 ⓒ영화 <와호장룡>](https://www.notion.so/image/https%3A%2F%2Fprod-files-secure.s3.us-west-2.amazonaws.com%2Fe5d7ece7-ada6-42dd-beb7-d74f4f6f9aee%2F3c28a6e2-ef41-435f-85ed-d7639be20f5f%2F%25EC%2599%2580%25ED%2598%25B8%25EC%259E%25A5%25EB%25A3%25A13(%25EC%2599%25BC%25EC%25AA%25BD_%25ED%2581%25AC%25EB%25A1%25AD).gif?table=block&id=f9ae1e76-ca91-43f7-aa7b-1f9ff045cee4&cache=v2)
과연 월터 슐로스는 어떤 전략으로 투자 대가의 반열에 올랐을까요?
🧐월터 슐로스는 어떤 인물?
슐로스는 스승인 그레이엄에게 배운 것 중에서 특히 저가주 투자법(일명 ‘담배꽁초 투자법’)을 우직하게 밀어붙여 투자의 전설이 된 인물입니다.
(반면에 워런 버핏은 그레이엄에게 내재가치보다 싼 주식에 투자하는 법을 배운 후,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 필립 피셔로부터 성장주 투자 노하우를 추가로 흡수해 자기만의 투자법을 개발했지요.)
이 투자법은 그레이엄 때 소개했었는데, 잠깐 복습해볼까요.
📌담배꽁초 투자법이란?
담배꽁초의 마지막 한 모금이라도 피울 수 있다면 주워서 피우는 것 같은 주식투자 기법입니다. 주가가 뚝 떨어진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거죠.
사업이 잘 안되거나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회사의 자산 가치 미만으로 떨어져 있다면 이 자산의 가치가 주가를 어느 정도 지지해줍니다.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죠.
이런 기업은 순운전자본이 시가총액보다 큰 기업 중에서 찾을 수 있어요.
순운전자본>시가총액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
: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재무수치.
슐로스는 원래 증권사에서 자잘한 업무를 하다가 어깨 너머로 접한 애널리스트 업무에 흥미가 생겼다고 해요. 당시 상사를 통해 추천 받았던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는데, 마침 그레이엄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 덕분에 슐로스는 그레이엄에게 많은 투자 지식을 배우죠.
그레이엄도 그런 슐로스를 눈 여겨 봤나 봐요. 어느 날 그레이엄은 슐로스에게 편지를 보내서 자신의 투자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할 것을 제안하죠. 슐로스는 바로 입사합니다.
입사 후 슐로스는 주로 저렴한 주식(=넷넷 주식 · Net Net Stock)을 발굴하는 작업을 했어요. 넷넷 주식이란 순운전자본보다 시가총액이 작은 주식인데요. 슐로스는 특히 시가총액이 순운전자본의 3분의 2 미만인 주식을 주로 찾아다녔어요.
1930~1940년대에는 투자자들이 금융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웠고, 또 대공황 이후라서 투자 심리도 좋지 않았어요. (요즘으로 치면,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주식시장이 대거 급락했었던 상황과 비슷..) 그러다 보니 주식시장에는 넷넷 주식이 많았대요.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인 상황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처럼 신나게 투자 대상을 골라냈다고 해요.
![와… 투자할 만한 종목이 이렇게 많다면 정말 신나겠네요~!! 😆😆 ⓒGIPHY](https://www.notion.so/image/https%3A%2F%2Fprod-files-secure.s3.us-west-2.amazonaws.com%2Fe5d7ece7-ada6-42dd-beb7-d74f4f6f9aee%2F46005d88-bd64-4948-bce0-63075b010700%2Ffish.gif?table=block&id=152d0f22-1e9a-4f49-a812-8991a10f42df&cache=v2)
💡슐로스의 투자 전략과 성과는?
슐로스가 그레이엄 투자회사에서 근무한 지 9년 반이 지났을 때 스승 그레이엄이 은퇴합니다. 당시 그레이엄 회사의 고객들과 버핏이 슐로스에게 슐로스만의 투자회사를 세워보라고 권유했대요. 이에 슐로스는 1955년 드디어 자신의 투자 회사를 설립하죠.
슐로스는 자신의 투자회사를 차린 후에도 계속 넷넷 주식만 찾아다녔어요. 넷넷 주식이라면 충분히 주가가 저렴한 상태니까 투자자가 절대 돈을 잃지 않는 주식이라고 보았고요.
슐로스는 주가가 최저가를 경신한 주식을 잔뜩 골라 놓은 다음, 기업의 재무정보와 건전성 등을 리서치한 후, 부채가 별로 없는 주식 위주로 투자했어요. 평균 보유기간은 4~5년이었대요.
![월터 슐로스의 노년기 모습입니다. ⓒ월터슐로스닷컴(walterschloss.com)](https://www.notion.so/image/https%3A%2F%2Fprod-files-secure.s3.us-west-2.amazonaws.com%2Fe5d7ece7-ada6-42dd-beb7-d74f4f6f9aee%2F7530716e-394f-4d51-a50f-63f5c0a50a5c%2F%25EC%259B%2594%25ED%2584%25B0_%25EC%258A%2590%25EB%25A1%259C%25EC%258A%25A4_%25EC%259B%2594%25ED%2584%25B0%25EC%258A%2590%25EB%25A1%259C%25EC%258A%25A4%25EB%258B%25B7%25EC%25BB%25B4.png?table=block&id=16b8c838-72cb-48f5-b320-4e5693a36e6d&cache=v2)
많은 펀드 매니저가 기업의 사업성, 경영진 수완 등에 관심을 둡니다. 하지만 슐로스는 오직 재무와 투자 지표 등 숫자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기업 탐방도 안하고, 기업 경영진도 전혀 만나지 않았죠. 숫자가 충분히 기업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래요. 또 경영진을 만나봤자 좋은 얘기만 늘어놓을 거라서 투자에 도움이 안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슐로스는 성장성과 이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요. 오직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거의 없는 것에 초점을 뒀죠. 특히 실적 개선 가능성보다는 자산을 바겐세일하는 주식, 즉 장부가치 미만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찾아다니는 데 주력해요.
196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넷넷 주식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졌어요. 기업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고 투자자도 증가하면서 주가가 과거에 비해 제 가치를 반영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더 이상은 투자할 만한 주식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슐로스는 결국 2001년에 회사 문을 닫습니다.
슐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한 적이 있어요.
“우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밤에 쉬이 잠들 수 있도록 간단한 전략을 고안하세요. 주식은 회사의 일부분이므로 판단을 내리기 전에 회사의 재무 상태를 파악하세요.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면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고 시장이 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용기를 가지세요. 투자는 스트레스의 원인이자 걱정거리가 아니라 재미있고 도전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슐로스는 분산투자를 선호했어요. 보통 50~100개 종목에 투자했대요. 그런데, 슐로스의 투자 스타일이 다수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가 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슐로스의 특기인 넷넷 주식 투자는 사업성이나 경영진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재무수치에만 집중하는 방식인데요. 자칫하면 사업성이 나쁘고 경영도 못하는 불량 기업에 투자할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분산투자는 바로 이런 리스크에 대응하는 수단이랍니다. 전체 투자대상 기업이 100개쯤 된다면 그 중에서 몇 곳이 파산해도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는 영향이 작거든요.
슐로스는 그레이엄의 제자가 되면서 넷넷 주식의 매력에 눈을 떴지만, 중요한 건 슐로스 개인 성향이 넷넷 주식과 찰떡이었다는 거예요. 그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마음 편한 주식을 선호했대요. 다수 주식에 대한 분산투자는 특정 주식이 하락할 때의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을 수 있었죠.
사실 슐로스가 기업 탐방을 안 한 이유는 저가주 위주의 투자법에 별로 필요 없다는 점 외에도, 탐방을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였다고 해요. 만약 슐로스가 MBTI 테스트를 해본다면 아마 내성적인 ‘I’ 성향이었을 것 같죠? 😁😁
이렇게 투자했던 슐로스의 실력은 어땠을까요? 그의 투자회사 월터 슐로스 어소시에이츠는 1956년부터 2002년까지 46년 동안의 수익률은 연평균 21%였다고 합니다. 와… 엄청나네요!!😲😲
참고로, 운용에 따른 수수료(운용 보수)를 차감한 후 슐로스 회사의 고객들이 실제로 거둔 수익률은 연 16%였대요. 같은 기간 동안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0%였습니다.
📽️월터 슐로스를 소개하는 영상
월터 슐로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영상을 하나 소개합니다. 49분 30초짜리(!)라서 꽤 길지만요, 2008년에 슐로스가 학생들을 대상을 직접 강연한 정말 희귀한 영상이랍니다.
![Video preview](https://i.ytimg.com/vi/9tf-9ahCJ00/hqdefault.jpg)
워런 버핏은 1984년에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명저 <증권분석>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위대한 투자자들’이라는 진짜 진짜 유명한 강연인데요. 이 강연에서 버핏은 슐로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어요.
“그는 운용자산이 남의 돈이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므로, 어떤 경우에도 손실을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월터는 폭넓게 분산투자하는데, 보유 종목이 100개가 훨씬 넘어갑니다. 그는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종목을 능숙하게 찾아냅니다. 그는 1달러짜리 기업을 40센트에 사두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소박하게 말합니다. 그는 이런 투자를 수없이 되풀이합니다. 그래서 보유 종목이 나보다 훨씬 많으며, 그 기업의 특성에 대한 관심은 훨씬 적습니다. 월터는 나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의 장점입니다. 그는 누구에게서도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워런 버핏, 1984년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탁월한 투자자들> 강연 中
월터 슐로스는 지난 2012년 2월 19일 뉴욕 맨해튼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95세의 나이였고요.
PS. 월터 슐로스의 관점으로 선별한 ✨국내 투자 대상✨도 열심히 찾아 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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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투자와 관련된 글을 씁니다. 경제·금융·증권 기자를 꽤 오래했고요. 본업은 우리금융지주의 콘텐츠 에디터예요.